- HYUK CHOI
묵상(20230110) - 요한복음 2장 1-11절
부족함의 은혜
잔치는 풍성해야 기분이 좋습니다. 잔치(Party)에서 최고의 시간은 음식을 먹는 시간일 것입니다. 음식이 모자라기라도 하면 주인은 안절부절 못하고, 초대받은 손님들은 알게 모르게 푸념을 늘어 놓게 마련입니다. 그런 사이에 잔치의 기쁨은 사라져 버립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이스라엘 북쪽에 있는 갈릴리 지방의 가나에서 열린 혼인잔치가 그렇게 될 판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접대 음식 중에 하나였던 ‘포도주’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물이 귀한 이스라엘은 포도주를 주 음료로 사용함, 3절). 잔치의 흥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잔치집에 포도주가 떨어졌으니 불평과 불만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이런 모습일 수 있습니다. 부족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현실은 현실입니다. 성경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부족함 속에는 불편함과 고통이 있습니다. 성경은 고통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항상 좋고 기쁜 일만 있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모자라고 부족해서 염려하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물질, 시간, 재능, 지혜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여러분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부족함’이 불평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우리는 부족함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함은 잔치집의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부족함이 없었다면 예수님께 간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부족함은 기적을 창조하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오광수 시인이 ‘내가 늘 모자라기를 기도합니다’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내가 늘 모자라기를 기도합니다 / 채워지면 교만해져서 / 당신을 잊을까 걱정이 됩니다 /당신께 늘 간구함으로써 / 모자람이 도리어 내겐 은혜가 되어 / 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 내가 늘 부족하기를 기도합니다 / 풍족하면 게을러져서 / 당신께 소홀할까 걱정이 됩니다 / 당신께 늘 다가감으로써 / 부족함이 도리어 내겐 은혜가 되어 /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 내가 늘 비어 있기를 기도합니다 / 내 생각만 가득함으로 / 당신이 떠날까 걱정이 됩니다 / 당신과 늘 동행함으로써 / 빈 가슴이 도리어 내겐 은혜가 되어 / 평강의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 그러나 / 다함없는 겸손으로 채우시고 / 다함없는 감사로 채우시며 / 다함없는 평안을 베푸셔서 / 당신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 모든 것이 내겐 은혜가 되어 / 당신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늘 모자라고, 늘 부족하고, 늘 비어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부족함이 주님께 늘 간구하고, 주님께 늘 다가가고, 주님과 늘 동행하는 은혜가 되기에 늘 모자라기를 기도한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다함없는 겸손과 감사와 평안을 채워주시기를 바라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을 느껴봅니다. 그래서 주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모든 것이 내겐 은혜입니다.’라고 고백하며 사는 삶을 마음에 그려봅니다. 주님을 잊고, 주님께 소홀하고, 주님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불행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든 부분에서 채우려고 하고, 풍성해지려고 합니다. 많이 가지려고 하고, 많이 가진 자는 스스로 우쭐해 합니다.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조차 채움, 풍족, 성공이 최고의 가치인 양 그런 삶을 추구하며 삽니다. 그리스도인이 부자가 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학위를 얻고,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부요함이 교만이 되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삶이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부족함 안에 은혜가 있음을 알게 합니다. 예수님은 잔치집에 포도주가 모자란다는 것을 아시고 그 부족함을 채워주기를 원하셨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느낄 때 불평을 하지 않고 주님께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부족한 중에도 불평하지 않고, 안달하지 않고, 세상 것들만 채우는 일에만 마음을 다 빼앗기지 않고, '부족함은 하나님으로 채워질 때 진짜 채워지는 것'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모자라고 부족할 그 때 오히려 주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기에, 모자라고 부족한 나의 현재의 삶도 은혜라고 고백할 수 있는 믿음의 자리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이 확인되면 하나님이 더 많은 것으로 채워주시리라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