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대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붙잡혀서 재판을 받으셨습니다.(57-68절) 제자 베드로는 ‘멀찍이’ 서 있었습니다.(58절) 그때의 그의 믿음과 심정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멀찍이’는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예수님을 따르되 자신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둔다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그 현장에 있으면서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는 장면이 네 개의 복음서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69-75절) 그런데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말 없는 대화’ 장면이 있습니다.(누가복음 22:61)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자, 예수님의 말씀처럼 닭이 곧 울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세 번씩이나 자신을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를 몸을 돌이켜서 바라보셨습니다. 두 분 사이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을 뿐입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 지를 깨닫고 밖으로 나가 심하게 통곡했습니다. 베드로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리에게도 어떤 순간에는 믿음이 왕성한 것 같아도, 어려움이 닥치면 믿음이 허물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눈길은 자신의 연약함을 다 이해하신다는 말을 담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멀찍이이 있지 말고, 좀 더 가까이 올 수 있겠니?’라고 말씀하고 있었습니다. ‘나와 함께 나의 일을 하지 않겠니?’라는 초청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진솔하게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가리고 싶었던 자기의 허물을 보게 됩니다. 성경을 보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도할 때 우리는 눈을 감지만, 베드로처럼 예수님과 눈이 마주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때 회개하여 회복이 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풍요롭고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그리며 삽니다. 그리스도인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지만, 점차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인 것을 발견하고 순종하는 사람입니다. 매일 아침 우리가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발견하고, 거기에 우리를 맞추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점차로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위해 존재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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